와라니의 이야기 - 2
뻔히 알고있다면...
나는 이곳에서...
대체 뭘 하는거지...?
2. 아무에게도 말 못 한 이야기
*부정적인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어릴 적 내가 알던 세상은
푸른색이었다.
지금 내게 보이는 세상은
보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삶이라는 길을 걸어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빠, 저는
이기적인 사랑만 누리는 아빠가
너무 싫어요.
차라리 아빠가 나를 좀 더 싫어했으면 좋겠어요.
아님 좀 더 진심을 다해 사랑해 주시지,
느끼지 못하고 있거든요.
-라고 말은 못 했다.
그야 당연히 큰일 날 소리니까.
아빠 집은 엄마 집과 너무 다르다.
아직 어린 내가 뭘 어떻게 알겠어...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생각하고
자신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나도 참을 수 없었다.
여름방학 때 친동생과 나는 친가 댁에 갔다.
유학 중이어서 오직 엄마와 미국에 살다
오랜만에 한국으로 가는 것이다.
아빠를 만나러.
누구한테는 말을 했다.
”우리 부모님 이혼하셨어“
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사실이니까.
사실만을 예기하는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나만 느끼는 감정이였기에
사실이 맞는지, 아닌지도 확신이 없었고...
무엇보다 걱정되었다.
말했다가 아빠가 알아내실까 봐 겁났다.
우리 아빠는 조금 엄격하시다.
성격도 좋으신 편은 아니지만
원하는 게 있으시면 바로 해결해 주신다.
그래서 아빠가 좋았다.
...
좋았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아빠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해결해 버리시는 느낌이 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일이라도.